<법무부 차별금지법 입법예고에 대한 항의 성명>
법무부는 ‘출신국가 및 언어 등 7개 항목’을 즉각 복원하고
차별구제를 위한 실질적 절차를 마련하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출발이 차별을 금지하는 것일 것이다. 지난 10월 2일 입법 예고되어 현재 법제처 심의중인 차별금지법은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처음으로 제정되는 데에 의미가 있으나, 법제처 심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핵심 차별금지사유 7개 항목(△학력 △출신국가 △병력(病歷) △성적지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을 삭제하면서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미 법무부는 국가인권위가 권고안 법안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던 차별구제의 실질화를 위한 조치인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제외시킴으로써 법의 실효성을 의심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기독교계와 재계의 요구에 부응하여 7개의 핵심적인 차별금지사유를 삭제함으로써 차별금지라는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최근 법무부를 필두로 한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미래적 대안을 운운하며 ‘다문화사회, 이민사회’를 주창하고, ‘이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차별없는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차별금지법 입법예고에서 ‘출신국가, 언어 등’에 대한 항목을 차별금지 적용대상에서 삭제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이주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금지와 평등권 보장은 외면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미 주지하다시피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한국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고, 그것은 지난 십수년간 온갖 인권침해로 얼룩져 있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2001년 11월부터 올해 9월말까지 접수한 차별시정사건 처리현황에 따르면 전체 3716건 중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이 126건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현재 한국체류 이주민의 수는 100만을 돌파했으며 향후 지속적인 증가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출신국가’ 에 따른 차별사유를 삭제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만이 아니라, 이주민들에게 있어 ‘언어’ 문제는 가장 심각한 차별의 근원적인 사유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통역, 번역도 없이 언어장벽에 부딪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기조차 힘들고, 혹여 권리를 인식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향유하기가 어렵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법행위와 계약위반 등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 등 정부기관에서조차 제대로 된 통역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장할 수 없는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차별금지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는 것은 이주자들에 대한 차별의 대가로 기업의 존립과 이윤 추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십수년간 이미 사회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해왔다. 이주민들에 대한 자의적 연행과 무기한의 구금, 강제추방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박탈함으로써 노예적 상태를 강요하는 고용허가제법, 외국적 동포에게만 적용되는 방문취업제, 이주민을 함께 살아가는 주체가 아니라 한국화를 위한 동화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미등록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의 이주민들을 배제시키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차별과 배제를 전제로 하고 있는 현행 제도들에 더하여 차별금지법마저 이주자들의 인권과 평등권을 외면한다면 이 땅에 이주민이 설 곳은 없다. 차별로 얼룩진 현실을 외면하는 다문화, 사회통합은 허구일 뿐이고, 그저 현실의 모순을 가리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제라도 정부가 이주민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사회통합이니 다문화 공존사회니 하는 공허한 선전만이 아니라 이주민들이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래의 입법취지를 몰각하고 있는 이번 차별금지법 입법예고는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법무부는 삭제된 7가지 차별금지 사유와 차별구제절차를 즉각 복원하라.
하나. 법제처는 심의 중인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을 즉각 반려하라.
하나. 기업주들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중단하고, 동등처우 원칙을 지켜라.
하나.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라.
2007년 11월 19일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적극 동의합니다. 공허한 선전이 아니라 실질적 조치!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