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어느 기름밥 노동자의 절규, “더러운 세상아 나 먼저 간다”


“더러운 세상아 나 먼저 간다. 착한 사람 죽는 건 이것뿐이다.”

미친 소에 이어 미친 기름값이 또 한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았다.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 조합원 김상만(49)씨가 24일 오전 평택에서 자신의 15톤 덤프트럭 적재함을 들어올리고 거기에 목을 매 자살했다. 김씨는 최근에도 100만원을 꾸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니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건설업체와의 교섭도 한 달 가까이 풀리지 않게 되면서 결국 비관 자살에 이르렀다.

고인은 지난 20년간 덤프, 레미콘, 아스콘 등 건설기계를 운전하며 건설현장에서 기름밥을 먹은 노동자였다. 지난 4월에 돼서야 자기 명의의 덤프트럭을 구입했다고 한다. 20년간 고이 간직했던 꿈을 이뤘는데 어디 새 차를 몰고 건설현장을 쌩쌩 누비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의 꿈은 석 달이 채 못돼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어쩌면 새 차를 구입한 그 순간부터 그의 꿈은 실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기름값은 널뛰듯 치솟는데도 운송료는 그대로였으니 할부금조차 제 때 갚을 수 없었다. 97년만 하더라도 경유는 1리터에 376원이었고, 하루 운송료는 25만원이었다.

지금은 경유가가 리터당 2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운송료는 29만원이다. 기름값이 5배로 치솟는 11년 동안 운송료는 달랑 4만원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김상만씨가 “더러운 세상”이라고 저주를 퍼부을 만하다.

기름값뿐만이 아니다. 지입료, 차량수리비, 세금, 보험료, 과태료 등을 빼고 나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적자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에 허덕거리곤 한다.

정부가 법을 제대로 집행했다면 김상만씨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건설기계관리법에 명시된 표준임대차 계약서에는 건설사가 기름값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국토해양부도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지난 1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자 ‘표준임대차 계약서 현장 정착을 위한 실태조사’를 비롯해 관급공사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유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에 규정된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체결하는 곳이 없다. 토공과 주공같은 관급공사의 유류 제공도 현장에서는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정부의 약속이 휴지조각이 돼버리면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끝장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할 역할은 어려운 게 절대 아니다. 건설사와 발주사들이 법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노동자가 생계의 끝에서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법 집행과 관리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설사와 발주사 또한 기름 직접 제공과 운송료 인상, 표준임대차 계약 체결 등을 통해 건설기계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 25일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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