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된 소수자 보호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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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 제공> |
법무부 입법예고 한달 만에 7개 항목 삭제… 개인·단체 반발 “법무부가 법을 만들 때 범죄자들의 의견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차별금지법입니다. 차별하는 쪽의 의견, 예컨대 고용주의 의견보다 차별 대상자들의 의견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차별금지법의 7개 항목 삭제 논란과 관련,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2일,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 항목들은 존재했다. 법제처로 넘어온 11월 초, 불과 한 달여 만에 이 항목들은 삭제됐다. 삭제된 7개 항목은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동성애는 윤리도덕에 어긋난 성적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회악이다.”
지난 10월 2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가조찬기도회 등이 결성한 ‘동성애차별금지법안 의회선교연합’ 출범선언식 자리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안’은 “소수자 보호라는 이유로 대부분 국민을 역차별하는 망국적 법안”이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공청회 때까지 이 항목들에 대해 별다른 논란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다. 홍관표 법무부 정책홍보담당관실 인권정책과 서기관은 “입법 예고 이후에도 전문 수정은 당연히 가능하고 마지막 국문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부안이 제출되는 것”이라며 “공청회 후 일부의 반발을 계기로 검토한 것은 맞지만 애초 20개 항 모두 각각 열거해야 할 차별 사유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을 세워 재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입장은 삭제된 7개를 포함, 20개 사유를 ‘열거’가 아닌 ‘예시’로 규정했기 때문에, 현행법상 둘 이상의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거나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 규약에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된 사유 등을 기준으로 13개 차별금지 사유를 ‘예시’했다는 것.
그러나 인권시민단체들은 법무부의 태도가 정치적이라고 비난한다. 문화연대 이 사무처장은 “국가기관인 인권위원회가 법 제정을 권고했던 조항들인데, 그 정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법무부가 지나치게 보수화되고 이해 관계자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논란’에 대해 아직 공식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애초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TF팀에 제출하고 논의한 안은 해당 항목을 열거 규정으로 넣은 것이었다”며 “인권위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시 규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애초의 법안 취지 자체가 훼손되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인권·시민단체와 당사자 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11월 8일 성소수자모임,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차별·혐오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긴급행동)에 참여한 90여 개 인권·시민단체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차별조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온라인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성소수자단체 회원들와 개인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온라인팀이 조직되고 국내·국제연대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급속도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저지에 연대서명한 사람들은 9일까지 1300여 명. 3일 만의 일이다. 긴급행동의 수수씨는 “성적 지향뿐 아니라 20개 항목에 관계되는 인권단체들과 함께 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연대활동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법제처가 심의 중인 차별금지법은 늦어도 11월 중순께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