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소외’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된다. 불확실을 견뎌내기가 더욱 힘든 시기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자기 안에서 불행이 자라났다거나. 내가 잘못 살고 있거나 조만간 망가져버릴 거라는 불안감에 갉아먹히는 중이다. 그 이미지가 전보다 ..
지금 와서 돌이켜 보건데, 나는 어렸을 적에 스스로를 ‘여자’에 가깝다고 여겼다. 인형을 갖고 놀 때나 어떤 행동에 대해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싫었다. ‘나는 왜 남자답지 못 하지?’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남성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
나는 여성이다, 라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성별 정체성만으로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는 없기 때문, 은 아니다. 그 말이 나의 성별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여성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간에서 여전히 남성으로서―남성답게와는 다르다― 살고 있으며, 남..
‘바이 논란’에 대해서는 주워듣기만 했다.(성소수자 모임은 완전변태가 처음이다.) 남성을 사랑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혹은 남성과 연애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택한―혹은 확인한―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당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래봐야 한 때 일이고, 언젠가 결혼할 거라는 말을 듣기..
가뭇가뭇, 또 수염이 자란다. 또래 애들보다는 늦게부터 나기 시작한 수염이고, 덥수룩하게 자라지도 않지만 그래봐야 수염일 뿐이다. 아무리 적다곤 해도 며칠에 한 번씩은 면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수염이 자라는 것은 끔찍하게 싫지만, 그렇다고 면도를 부지런히 하지는 않는다. 키스 할 때 따갑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와서 여러 사람과 산다. 그리고 좋아하는 아역배우는 서울 오기 전에 좋아한 친구와 똑같이 생겼다. 공교롭게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틈에 그래서 사진도 여러 장 모아두고는 했다. 무슨 연기를 하는 줄도 모르는 아역배우의 여드름 역시 꽤 오랫동안 조용한 금기. 중..
남성이 아니겠어요. 나는 고민없이 남자화장실에 들어가요. 나의 몸이 딱히 싫지 않아요. ‘남성’이라고 불리워 지는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건 왜일까요. 7:3 정도인 것 같아요. 화장실을 물어보면 남자화장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일곱, 여자화장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셋 정도. 여자화장실로 안내될 때..
목소리. 재작년인가, 친구네 집에 놀러갔었다. 바비큐파티를 해준다기에 놀러 갔었는데 그 곳에서 친구네 아버지와 만났다. 나는 ‘정중하게’ 한 손을 다른 손으로 받치며 악수를 하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함께 놀러온 다른 이들은 순간 나를 보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나 또한 내 목소리에 ..
싸움의 기억 세상의 모든 ‘폭력’이 종식되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폭력’에 치를 떨기 시작했는가. 체계를 유지시키는 강제력, 누군가를 억누르고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힘, 나는 그것을 ‘폭력’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어느날, 나의 자기방어훈련 경험에 대해서 ..